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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DWIMPS의 월드컵 응원가 'HINOMARU'(일장기) 가사 속 군국주의·극우 표현
    카테고리 없음 2018. 6. 8. 19:56


    일본 락 밴드 RADWIMPS(ラッドウインプス. 이하 '랏도')가 발표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응원곡 'HINOMARU'가 '극우' 논란에 휩싸였다. 랏도는 국내에서도 흥행한 극장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주제가 등 OST를 담당한 것으로 유명한 밴드이다. 히노마루(日の丸)는 일본어로 '일장기'를 뜻한다. 해당 곡은 2018년 6월 6일 발매된 싱글 앨범 'カタルシスト(카타르시스트)'에 수록된 두 곡 중 하나로, 타이틀곡 '카타르시스트'는 '2018 후지TV 축구 테마곡'이라는 설명이 붙었다.[각주:1]

    히노마루는 '기미가요'와 함께 일본에서도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통한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 언론에서 일본 내 히노마루·기미가요 반대가 소개되기도 했다.[각주:2] 수십 여년에 걸친 일본 극우세력의 역사 왜곡으로 인해 현재에는 반대 목소리가 많이 희미해진 상태이다.

    랏도가 발표한 신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은데, 구 일본제국의 군가가 연상된다는 평가가 많다.

    HINOMARU
    히노마루(일장기)

    風にたなびくあの旗に 古(いにしえ)よりはためく旗に
    바람에 나부끼는 저 깃발에, 고대보다 더 나부끼던 깃발에

    意味もなく懐かしくなり こみ上げるこの気持ちはなに
    이유도 없이 그리워지고 솟구쳐오르는 이 기분은 무엇인가

    胸に手をあて見上げれば 高鳴る血潮、誇り高く
    가슴에 손을 얹고 올려다보면 고동치는 열혈, 긍지 높은

    この身体に流れゆくは 気高きこの御国の御霊
    이 몸에 흐르는 고상한 고국[각주:3]의 영령

    さぁいざゆかん 日出づる国の 御名の下に
    자, 가자! 해 뜨는 나라의 '높으신 이름(덴노)'[각주:4] 아래로

    どれだけ強き風吹けど 遥か高き波がくれど
    아무리 바람이 세어도 아득히 높은 파도가 닥쳐도

    僕らの燃ゆる御霊は 挫(くじ)けなどしない
    우리들의 불타오르는 영령은 꺾이지 않는다

    胸に優しき母の声 背中に強き父の教え
    가슴에는 상냥한 어머니의 목소리. 등에는 강한 아버지의 가르침

    受け継がれし歴史を手に 恐れるものがあるだろうか
    이어받은 역사를 손에. 무서울 것이 있을까보냐

    ひと時とて忘れやしない 帰るべきあなたのことを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돌아와야 할 당신을

    たとえこの身が滅ぶとて 幾々千代に さぁ咲き誇れ
    설령 이 몸이 사라진들 오랜 세월동안 자, 피어나리라

    さぁいざゆかん 守るべきものが 今はある
    자, 가자! 지켜야 할 것이 지금 있다.

    どれだけ強き風吹けど 遥か高き波がくれど
    아무리 바람이 세어도 아득히 높은 파도가 닥쳐도

    僕らの沸(たぎ)る決意は 揺らぎなどしない
    우리들의 용솟음치는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다

    どれだけ強き風吹けど 遥か高き波がくれど
    아무리 바람이 세어도 아득히 높은 파도가 닥쳐도

    僕らの燃ゆる御霊は 挫(くじ)けなどしない
    우리들의 불타오르는 영령은 꺾이지 않는다

    僕らの沸(たぎ)る決意は 揺らぎなどしない
    우리들의 용솟음치는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다

    노래의 제목(일장기) 덕분에 가사 곳곳에 나타나는 단어들에서 군국주의·극우 세력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히노마루는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로 여겨진다. 최근 한국에서는 욱일승천기를 전범기라 부르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실 히노마루에도 그 상징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야스쿠니 신사 전경야스쿠니 신사 전경. (Wiiii, CC BY-SA 3.0, 2010)

    '고국의 영령(御国の御霊)'과 '돌아와야 할'(帰るべき), '설령 이 몸이 사라진들(たとえこの身が滅ぶとて)'이라는 표현에서는 야스쿠니 신사를 떠올리게 된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같은 장소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국가에 헌신한 사람들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언뜻 한국의 현충원이나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 같은 곳으로 알기 쉽지만, 제2차세계대전·태평양전쟁의 전쟁 범죄자까지 포함되어 있다. 즉, 전쟁 범죄·가해를 "나라를 위한 거룩한 희생"[각주:5]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 등 식민피해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기념일(일본에서는 전쟁 가해 사실을 퇴색시킨 '종전기념일'이라 부른다[각주:6])인 8월 15일이 되면 극우 정치인들이 참배하여 물의를 빗기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야스쿠니 신사 앞에는 극우 단체들이 욱일승천기 등을 들고 행사를 하거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영령'과 '돌아와야 할'이라는 표현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떠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대전 당시 가미가제에 투입된 병사들이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는 말을 하거나 유서 등에 남겼기 때문이다.[각주:7] '국가와 덴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는 메시지와 상징성은 패전에도 불구하고 극우 세력에 의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결국에는 일반대중이 따라부를 의도로 만든 '축구 응원가'에 등장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가사를 다시 보자. 이 가사는 단순히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하는 것 외에도, 가미가제 자폭공격에 투입될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시키기 위한 구 일본제국군의 군가·프로파간다로도 읽을 수 있다.

    이런 노래를 앞으로 일본인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 관련 보도나 중계 등에서 '응원가'라는 이유로 듣게 될 예정이다. 한편 HINOMARU는 6월 8일 20시 기준 일본 아이튠즈 랭크에서 7위를 기록하고 있다.[각주:8]

    1. New Single「カタルシスト」2018.6.6 Kick Off!!, RADWIMPS 공식 홈페이지 (2018.06.08. 확인) [본문으로]
    2. “그 음악, 그 깃발이 싫다”, 한겨레21, 제302호, 2000.04.06. [본문으로]
    3. 御国: '나라'의 높임말 [본문으로]
    4. 御名: 어명 외에도 '덴노(일왕)의 이름'이라는 뜻이 있다. [본문으로]
    5. ‘광기의 전범’들 신으로 모시며 ‘침략 역사’ 찬양·미화, 한겨레, 2013.09.05. [본문으로]
    6. 우리에겐 '광복절', 일본에선 '종전기념일'?, 머니투데이, 2016.08.14. [본문으로]
    7. "죽어서 야스쿠니 신사에서 만나자", 오마이뉴스, 2003.12.03. [본문으로]
    8. iTunesのランキング, 일본 아이튠즈 (2018.06.08. 20:00 확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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