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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IN>의 스마트폰 규제론 옹호 기사에 대한 반박
    카테고리 없음 2013. 5. 26. 18:05

    주간시사잡지 <시사IN>이 최근 기획연재하고 있는 코너로 <‘행복한 진로학교’ 강좌 중계>라는 것이 있다. 각계각층의 ‘멘토’들이 진로와 직업, 행복한 일자리와 행복한 삶 등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좌를 지면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총 8회로 기획돼 있고 3회차에는 만화 <야후>, <이끼>, <미생>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윤태호 씨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를 삼고 싶은 것은 이번 주 멘토로 나온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의 강좌이다.1)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마라. 아이들은 심심할 때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하며 창조력을 기른다. 심심할 겨를이 없었던 아이는 고3이 돼도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한다. 이래서야 어떻게 진로를 찾겠나.▲아이들이 진로를 찾지 못하는 게 순전히 스마트폰 때문인가?

    <시사IN>에서도 그를 “인터넷·게임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있을 때마다 중독의 폐해를 들어 셧다운제 강화 등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규제론자”로 소개하면서 “이날도 스마트폰 중독이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린다는 논쟁적인 주제를 다뤘다.”고 말하며 기사를 시작한다.

    이 기사(강좌)에서 그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마라. 아이들은 심심할 때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하며 창조력을 기른다. 심심할 겨를이 없었던 아이는 고3이 돼도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한다. 이래서야 어떻게 진로를 찾겠나.”면서 비디오·스마트폰·게임 등이 아이들의 뇌발달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존감이 낮아 왕따가 되는 것이지 스마트폰이 없어 왕따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권 소장의 주장은 “왕따 같은 사회문제나 어린이·청소년 뇌발달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단순한 핑계로 보인다. 그의 주장이 단순히 스마트폰·게임 등에 대한 일방적인 혐오감과 이유 없는 적대심에서 비롯된 편협함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이비 과학에 불과한 <게임 뇌 가설>

    우선 “스마트폰·게임이 아이들의 뇌 발달을 저해한다.”는 권 소장의 주장은 ‘과학적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가 인용한 모리 아키오 니혼대학 교수는 저서 <게임 뇌의 공포>를 통해 “게임을 하는 중에 전두엽의 베타파가 저하되는데 이는 치매환자의 뇌 상태와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으며 주류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론’이 아니라 ‘가설’이고 유사 과학, 즉 사이비 과학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도 모리 교수는 <게임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객관적·과학적 실험을 하기 보다는 권 소장처럼 그의 ‘주관적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골몰하고 있으며 문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모리 교수의 발언을 보면 그가 과학자인지 아니면 호사가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2) 당연히 주류 과학계에서는 그의 주장의 모순을 지적하는 실제 연구결과가 여럿 나와 있다.3)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론자’들은 그의 주장을 즐겨 인용한다. 최근에는 게임 셧다운제를 추진하는 사람들에 의해 초청·방한하기도 했다.

    권 소장은 “독서를 할 때에는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에는 뇌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모리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게임 대신 독서를 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권 소장은 이 강의에서 바로 모순을 드러낸다. 같은 강의·기사에서 권 소장은 “만화 학습서는 사고력을 키워주지 않는다. 그림부터 먼저 보고 뇌를 쓰려 들지 않는다.”, “판타지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어떤 책은 뇌를 쓰고 어떤 책은 뇌를 쓰지 않는지 그 기준이 전혀 객관적이지 않고 권 소장의 주관에 의해서 선택된 것에 불과하다는 명백한 증거다.

    빼앗기만 하지 말고 어떻게 써야 할지 가르쳐야

    사실 역사적으로도 새로운 문물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이유 없는 거부나 적대감을 나타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카메라가 발명되고 이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카메라에 찍히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소문에 촬영을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인 오늘날, 이러한 사례를 들어 ‘이유 없는 거부감’을 정당화 시킬 수 있을까?  “영혼을 빼앗아가는 카메라”는 그 얼굴을 바꿔 “스마트폰·게임·만화는 뇌발달을 저해시킨다.”는 주장으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통탄할 만하다.

    물론 아이들이 과도하게 스마트폰·게임 등에 빠지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빼앗기 위한 규제’가 아니다. 이를 어떻게 적절하게 쓰게 할 것인지, 어떻게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쓸 것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사실 권 소장은 강의에서 아이들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나름 분석을 시도한다.

    과거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곤 했다. 정리와 표출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원 선생의 ‘요약정리’에 목을 맨다. 한자 그대로 배우고[學] 익혀야[習] 학습이 되는 건데, 습이 없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아이들이 핀란드 아이들보다 학습 시간은 두 배 이상 긴데 성과는 더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나는 본다.

    하지만 권 소장은 이 문단의 끝에 “문제는 사교육도, 공교육도 아니고 아이들의 뇌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라는 잘못된 결론을 붙인다.

    권 소장이 제안하는 <스마트폰 사용수칙>은 아이가 최대한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제하는 방안이다. '대학에 갈 때까지'.▲아이가 대학을 못 가면 스마트폰 때문인가?

    <시사IN>에서 최대한 균형을 잡았어야

    보다시피 객관적인 증거보다 주관적인 이유와 주장이 난무한 편협한 강좌였다. 권 소장을 ‘멘토’로 초빙한 <사교육없는세상> 측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기획 코너라는 이유로 여과 없이 이를 지면에 실은 <시사IN> 또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강좌는 데스크 차원에서 ‘킬’했어야 했다. 아니면 이 기사를 싣고 이에 대한 반론을 추가적으로 기재하면서 최대한 중심을 잡았어야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고 도망간 소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망가진 외양간은 다시 고쳐야만 한다. <시사IN>의 대응을 지켜보겠다.


    1) 지면 제목은 <“우리 아이들은 심심해야 한다”>이며 웹으로 편집·공개 될 때 제목이 바뀔 수 있다. 웹으로 공개됐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마라" 2013.05.31. 추가.

    2) 자세한 사례는 아까짱 님의 글 게임뇌 가설의 탄생에서 볼 수 있다.

    3) 게임뇌 이론, 희대의 개드립-출처:인벤뉴스, 편식하는 까칠한 토끼네 토끼굴, 2011.11.22.

    4) ゲーム脳, 일본 위키디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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