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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의 어떤 구속 기준페미니즘 2018. 5. 12. 22:44
2018년 4월 5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째로 기각됐다. 안 전 지사는 미투 폭로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는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해 피해 사실을 고발했고 증언들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은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고 했다. 1
2018년 5월 12일, 워마드 불법촬영 사건(홍대 누드크로키 모델 몰카 사건)의 가해자가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했다. 불법촬영 사건 치고는 매우 이례적으로 각 언론이 포토라인까지 마련해 연행되는 장면을 보도했다. 역시 이례적으로 현장검증까지 이뤄졌다. 2
두 사건을 1:1로 놓고 비교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렇다면 다른 불법촬영(몰카) 사건들의 결말이 어땠는지 검색을 해보시라. 범인들은 대부분 불구속 수사와 벌금형 등에 그쳤다. 이들은 남성이다.
추가 (2018.05.13.): 글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서울서부지법에서 그동안 불법촬영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검색해봤다. 다음은 구글에서 '서울서부지법 몰카'로 검색해서 나온 기사들 중 최근 몇 건의 사례들이다. 대부분 단신 기사이다.
2018년 4월, 서울서부지법은 명지대학교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한 20대 남성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범행 후 자수했다'는 점을 참작했다. 3
2018년 3월 21일, 서울서부지법은 영화감독 전재홍에게 벌금 500만 원 선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전 감독은 2016년 서울의 찜질방 탈의실에서 남성들의 나체 동영상을 10여 개 찍은 혐의로 기소됐다. 4
2017년 11월, 서울서부지법은 서울 지하철역을 돌며 상습적으로 불법촬영을 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선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원심에서는 벌금 700만 원 선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명령이었다. 5
2017년 8월, 서울서부지법은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주변의 시민들이 불법촬영을 하던 이 남성의 휴대폰을 빼앗아 수사기관에 넘겼고 남성 역시 자백했지만, 서울서부지법은 이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압수가 아니므로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6
2017년 4월, 서울서부지법은 서울 시내 카페, 정부청사 외교부 로비, 버스 등에서 16차례 불법촬영을 한 외교부 서기관 30대 남성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7
추가2 (2018.05.13. 17:30, 17:57, 18:30): 한편 불법촬영 용의자가 경찰 조사 도중 증거를 삭제했지만 구속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2013년 6월, 국회 입법조사관 오 모씨(30대 남성)는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하다 불구속 입건됐다. 오 씨는 수사 내내 범행을 부인했으며 검거 당시에는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으며(폭행·공무집행 방해)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인적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고 휴대폰 영상을 삭제하여 증거를 인멸했다. 그러나 수사는 구속으로 전환되지 않았고 오 씨는 이후에도 국회에 정상 출근했다. 8 오 씨는 기사화 이후에야 직위 해제됐다. 서울남부지법은 항소심에서 "초범인데다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진 점", "이번 사건으로 공무원직을 수행하는 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게 됐고 신분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9 2015년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되자 오 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냈다. 오 씨는 헌법 소원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법률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표현의 자유·예술의 자유·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우발적 촬영과 성폭력적 촬영을 구분하지 않아 헌법상 비례의 원칙·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2017년 6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 오 씨는 2015년 10월, 또다시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되어 교도소에 수감됐다. 10 11 12
- 안희정 구속영장 또 기각… 법원 “혐의 다퉈볼 여지 있다”, 한겨레, 2018.04.05. [본문으로]
- '홍대 누드모델 몰카' 유포범 구속…"증거인멸·도망 염려", SBS, 2018.05.12. [본문으로]
- 여자 화장실 몰카 찍은 20대 남성 벌금 500만 원, SBS, 2018.04.03. [본문으로]
- ‘김기덕 키드’ 전재홍 ‘나체 몰카’ 벌금 500만원 선고, 노컷뉴스, 2018.03.21. [본문으로]
- 지하철역서 40차례 몰카 30대 집행유예···"벌금형 가벼워", 중앙일보, 2017.11.11. [본문으로]
- [판결] 시민들이 빼앗아 경찰에 넘긴 몰카범 휴대전화… "적법한 증거 아냐", 법률신문, 2017.08.08. [본문으로]
- "알 만한 사람이…" 사시 출신 외교부 공무원 '몰카' 벌금형, 중앙일보, 2017.04.30. [본문으로]
- 여자 화장실 '몰카'찍은 혐의 '考試 3관왕'… 범행 증거 휴대폰 동영상, 수사 중 삭제돼, 조선일보, 2013.06.08. [본문으로]
- 여자 화장실 몰카 혐의 '고시 3관왕', 여전히 국회 정상 출근중, 조선일보, 2013.06.10. [본문으로]
- '여자화장실서 몰카' 고시 3관왕, 항소심도 집행유예, 연합뉴스, 2014.04.24. [본문으로]
- <디테일추적>치마 도촬은 무죄, 반바지는 유죄..몰카 판결 들쭉날쭉 이유는?, 조선일보, 2017.07.11. [본문으로]
- 몰카범 헌법소원에 두 헌법재판관이 고개 끄덕인 이유는, 중앙일보, 2017.07.0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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