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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촬영, 이중잣대 대신 엄벌을
    페미니즘 2018. 5. 11. 17:09

    워마드 불법촬영 사건(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가해자가 구속됐다.[각주:1] 불법촬영 사건치고 경찰은 이례적으로 빠르고 적극적으로 수사했다.[각주:2]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불법촬영 사건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불구속 수사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어떤 불법촬영 피해자는 '경찰이 직접 증거를 수집한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신고했을 때는 피해자에게 증거 수집을 떠넘겼던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한다.

    나는 용의자가 한 명이었는데 조사를 해 주지 않았다.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잡기 힘들어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안하지만 저희도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중략)

    원망스럽다 같은 피해자인데 왜 나는 그냥 묻히나. 강도도 내가 더 센 것 같은데. 홍대몰카에는 기사가 터지고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 내가 도움을 요청했을 땐 가족 빼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했다. 이번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니까 다 핑계였던 것 같다. 나는 그냥 흔해빠진 고딩녀(고등학생 아니었는데 제목이 그렇더라), 유출 이었고 남성 피해자는 특별한 케이스일 테니까

    왜 나도 똑같은 개인이고 시민인데 취급이 달라요
    왜 처벌 못한다고 우리나라 법이 그렇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일사천리인가. 홍대 피해자 사건을 조사할 수 있다면 내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 한 건 왜였나 왜 난 무시하고 왜 난 조사 똑바로 안하고 왜 우리가족 가슴에 피멍들게 만들고 왜 취급이 다르고 왜 막말하고

    서강대숲 #26068번째날갯짓: <#일상>, 서강대학교 대나무숲, 2018.05.10.

    해당 사건이 가해자를 쉽게 특정할 수 있었던 점, 촬영했던 핸드폰을 버리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점은 참작할 만하다.[각주:3] 하지만 다른 불법촬영 사건들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고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정황이 충분했던 경우가 정말 없었을까? 소라넷의 구체적인 집단강간 모의를 신고해도 경찰이 수사를 거부했던 사실은 유명하다.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 중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정작 경찰의 대응은 미온적이거나 비협조적이다. DSO가 포르노 사이트 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이른바 ‘골뱅이(술 취한 여성을 지칭하는 은어)’ 사진을 올리고 ‘초대남(술 취한 여성을 함께 강간할 멤버를 모집하는 것)’을 모집하는 게시글에 대해 신고를 하면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를 거절당하기 십상이었다. DSO의 하예나(활동명) 대표는 “경찰로부터 ‘피해 당사자도 아닌데 왜 나서느냐’ 같은 소리도 진짜 많이 들었어요. ‘진짜 강간하는 게 아니라 연출한 거다’ ‘장난으로 강간 모의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가해자를 변호하는 말도 한다니까요”라고 말했다.

    (중략)

    이렇게 한번 퍼진 영상은 포르노 사이트 광고 문구를 달고 끊임없이 재배포된다.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사람이 진짜 죽어요, 이것 때문에. 지워달라고 요청이 와서 작업을 마치고 다시 의뢰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면 다른 가족이 받아요. ‘자살했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장일호, 리벤지 포르노 때문에 누군가 죽는다, 시사인, 2017.01.20.

    한편 워마드 사건의 가해자가 특정된 어제만 해도 또다른 불법촬영 범죄가 기사화됐다. 20대 남성이 항공기에서 불법촬영을 하다가 이를 제지하는 사람을 폭행까지 한 사건이었다. 법원은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반성하고 초범인 점을 참작'하여 벌금 500만 원·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데 그쳤다.[각주:4] 한국항공대학교에서는 한 단톡방에 리벤지 포르노 영상이 유출돼 학교 측이 경찰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됐다.[각주:5]

    이번 사건의 가해자와 2차가해에 대해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 또한 수사기관과 정부는 앞으로 같은 불법촬영·2차가해 범죄에 대해 이번 사건과 유사한 수준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 국회 또한 유사 범죄에 대해 예방과 엄벌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수사 인원이 부족하다면 충원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선 청와대와 문재인 정부는 불법촬영에 대해 2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공식 답변부터 해야한다.[각주:6]

    ps. 연예인 노홍철은 MBC '아침발전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사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인격살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분이 오죽하면 입장을 밝혀왔겠느냐"라고 발언했다.[각주:7] 하지만 노홍철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노홍철은 과거 집단성폭행 불법촬영 영상을 복제하여 돈을 받고 판매한 것을 '추억'이라며 인터뷰한 바 있다.[각주:8]

    • 추가 (17:42): 한국항공대 사건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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