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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난민의 손자입니다.
    단상 2018. 6. 21. 19:05

    요즘 한국 사회는 난민 문제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국제법과 한국의 난민법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내쫓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다수 한국인들이 '난민의 자식'이라는 것을 간과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일제강점기, 제주4·3, 6·25전쟁 등으로 상당수 조선인들이 일본에 정착했습니다. 이들도 공식적으로는 국적을 정해야죠. 그런데 남한도, 북한도 아닌 '조선'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제강점·분단되기 전 조선'입니다. 실제로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무국적'입니다. 바로 '조선적'입니다.

    통일조국을 꿈꾸며, 조국에 돌아갈 날을 꿈꾸며, 아니면 그냥 자존심 때문에 구태여 현실에서 부닥칠 어려움과 차별을 감수하고 선택한 '조선적'입니다. 하지만 세대가 거듭되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조국땅에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조선적 재일동포가 한국 땅을 밟으려면 한국 정부가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모두 발급했지만, 보수정권 9년 동안 발급률은 34%까지 급락했습니다.[각주:1] 이들은 결국 남·북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그냥 일본 국적을 선택하게 됩니다. 실제로 세대를 거듭하면서 재일동포 내 조선적 비율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휴전 이후 남한 정부는 재일동포를 외면한 반면, 북한 정부는 이들을 여러모로 지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국적을 선택한 경우도 많구요. 남한에선 이들을 '조총련계'로 부르며 간첩 취급을 했습니다. 실제로 남한 독재정권은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체포하는 등 공안몰이에 악용했습니다. 이 역시 조선적 비율 감소의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런 영향인지 몰라도 재일동포가 남한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차별'입니다. 한국말이 어눌해서, 잘 사는 나라에 살지 왜 왔느냐, "반쪽바리" 등등.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차별이 적용되는 다른 사례가 바로 재중동포입니다. 흔히 "조선족"이라고 부르며 차별하고 혐오하죠.

    나라를 빼앗기고, 전쟁과 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 몇십 년 뒤를 계산해서 피란길에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는 남쪽으로, 누구는 일본으로, 누구는 중국으로… 그 차이 입니다. 눈치 채셨습니까? 난민의 다른 이름은 '피란민'이고 '실향민'입니다.

    저는 운이 좋아 남쪽에 정착한 실향민의 손자입니다. 저는 난민의 자손입니다. 대한민국은 난민이 세운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헌법 전문에 선언했습니다.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선언한 국제사회의 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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