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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이여, 어디로 갈 것인가? (『한국, 남자』를 읽고)단상 2018. 12. 26. 18:58
『한국, 남자』, 최태섭, 2018
출시 직후 장안의 화제가 된 『한국, 남자』를 읽었다.
글쓴이는 '가부장제의 이상향'이 어떻게 불가능한지, '이상적인 가족'의 역사가 실제로는 얼마나 짧았는지를 논증한다. 이 '불가능한 꿈'을 위해 한국 남성(이하 '한남')이 어떻게 여성과 약자·소수자를 후려쳐왔는지 그 지질한 역사를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전쟁과 독재, 군대와 IMF·불황 등을 거치며 훝어본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와 불황, 불공평과 양극화로 몰린 한남들이 가부장제와 국가 폭력(징병제) 등 구조의 해체에 주목하는대신 가부장제의 책임을 거부하고 그 이익만 추구하려는 성향을 지적한다.
결국 수십 년 간 참아왔던 여성이 폭발했다. '메갈리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불평등을 드러내는 각종 통계 자료를 보는 대신, 서로가 생산하는 가짜뉴스(‘이퀄리즘’ 등)와 아집에 사로잡힌 한남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해외에서는 ‘인셀’이 저지른 범죄와 테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게이머게이트'다. 이런 문제는 일베든 비-일베(오늘의유머, 나무위키, FM코리아, MLB파크, 루리웹, 인벤, 보배드림 등등)든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일베와 선을 긋는다고 주장하는 비-일베 남초 커뮤니티는 정작 여성 이슈 앞에서는 서로 협력한 역사가 깊다.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김치녀'부터 '보슬아치', '된장녀', '꼴페미' 등을 거친 일베와 비-일베가 저지른 여성혐오의 역사가 제시된다. 한남이 수십 년 간 온라인 상에서 저지른 여성혐오 대신 '남성 혐오'에만 주목하는 '내로남불' 태도는 한남의 미래를 스스로 어둡게 만들 뿐이다.
글쓴이는 이에 대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지만, 대안이라기보다 지면이 모자라 ‘자세한 건 생략한’ 느낌이 든다. 글쓴이 스스로도 ‘이러면 좋을 것 같은데 이게 괜찮은 제안인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과제로 남겨놓았다는 점이 아쉽다.
'불가능한 가부장제의 이상향'이라는 낭떠러지를 향해 전진하는 한남들은 지지율이 떨어진 보수 정당의 좋은 먹잇감이다. 진보를 자처하던 한남들과 비-일베 한남 커뮤니티도 여성혐오와 가부장제를 앞세우는 극우·보수 정당에 환호한지 오래됐다. 그저 이명박·박근혜·새누리당(자유한국당)을 비판하면 진보인 줄 알던 사람들은 페미니즘 같은 진보 이슈 앞에서 아낌없이 그 정체를 드러낸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그게 왜 박근혜 정부 책임이냐'던 일베·태극기부대처럼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 유가족에게 '왜 문재인 정부 책임이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 단면에 불과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글쓴이의 이 물음은 깊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듣지는 않겠지만.
마스크를 쓰고 여성들의 시위에 나가 분탕질을 치는 것도, 염산을 뿌리겠다고 협박 글을 올리는 것도, 이퀄리즘을 주장하고 총여학생회를 없애자고 선동하는 것도 이 남자들을 아무 곳으로도 데려가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결정해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형제여?
―『한국, 남자』, p.297/310(전자책), 굵게 표시한 것은 인용자
※ 추가: 2018.12.26. 22:33 '불가능한 가부장제의 이상향'이라는… 뒤에 문장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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