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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김지훈>의 정체페미니즘 2018. 4. 6. 19:17
<90년생 김지훈>의 정체가 밝혀졌다. 디시인사이드 출신 만화가 '카광'이 '내가 <90년생 김지훈> 펀딩 제안자'라고 밝혔다. 해당 펀딩은 현 시대를 '남성차별 시대'라고 하는 등 반 페미니즘·역차별을 주장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해당 펀딩을 받아준 크라우디 측도 이런 반 페미니즘·역차별을 '다양한 의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올려 역시 논란이 되었다. 이에 반발하여 한국여성재단은 크라우디에서 진행중이던 펀딩을 중단했다.
카광은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만화 '남녀인권 싸움 출판 보고서'에서 <90년생 김지훈> 외에도 페미니즘 펀딩 <1990, 백말띠의 해>도 동시에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1990, 백말띠의 해> 펀딩도 현재는 종료된 상태다.
카광의 주장대로 두 펀딩에서 주장하는 '남성 인권'과 '여성 인권'이 면밀하게 분석하여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목차'를 들 수 있다. <1990, 백말띠의 해> 목차는 '머리말, 1부 : 1990년 격동의 한 해, 젠더사이드, 2부 : 어머니 세대의 1990년, 3부 : 90년생 백말띠, 나는 만들어졌다, 부록 - 여러분의 이야기/후원자 명단'로 총 5개에 불과하다. 반면 <90년생 김지훈>의 목차는 '머리말'과 '마치며'를 포함하여 총 14개이다. 카광이 면밀한 실험을 했다고 하기에는 이 목차에서조차 편향성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발견할 수 있다. 해당 만화에서 카광은 페미니즘 이슈를 단순히 "남녀 싸움", "남녀 분열"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여초단체의 불법적인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면 '여초 커뮤니티'에 가깝지 '여초단체'라고 지칭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주목할 점은 카광이 '남성들의 자적자'를 받았던 고충이다. 카광은 '남성 인권' 펀딩을 하면서 여성들이 아니라 남성들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남초 사이트 대부분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기보다는 일베라는 자극적인 키워드에 집중했습니다.
남초 사이트 사람들은 카드 뉴스 형식을 좋아하거나 세줄 이상은 읽지않더군요.
남성인권 콘텐츠는 … 남성들의 자적자를 견뎌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제 신상을 털었던 것은 워마드와 같은 여초사이트가 아니라 카연갤 및 제 만화를 자주보던 디씨발 이용자들이었습니다.
카광의 펀딩 '실험'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법적 논란이다. <1990, 백말띠의 해> 펀딩에서 카광은 자신을 '40대 후반의 어머니 20대 딸'이라고 속였다. 크라우디는 자신들의 이념과 사상이 들통났다. 앞으로 페미니즘 펀딩을 하려는 개인·단체는 크라우디를 1순위로 기피할 것이다. 또한 펀딩을 등록하기에 앞서 두 사이트 모두 약관과 계약이 체결되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것을 자신의 사적인 목적을 위한 허위사실이었다는 것을 공개했다. 해당 펀딩을 소개하는 모든 문구들은 허위사실이었다. 텀블벅·크라우디의 대응이 어떨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19:37 추가
한편 이에 대한 남초 커뮤니티 '뽐뿌'와 '클리앙'의 글 두 개를 링크한다. 이 해프닝을 '카광의 놀라운 사회 실험'으로 보는 시각이나 '페미니즘을 조롱했다'며 통쾌해하거나, '여성가족부 음모론'을 버젓이 올린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남초 커뮤니티나 성차별주의자들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5757638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1970211
※ 20:00 추가, 21:32 추가
하루 전, 일요신문이 이와 관련한 기사를 썼다는 걸 알게 됐다.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과연 카광이 '사회 실험'을 목적으로 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90년생 김지훈> 펀딩이 펀딩 중단가 재개를 반복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양 쪽'에서 재미를 보려고 했다가 일이 틀어져서 '사회 실험'으로 포장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1990, 백말띠의 해> 펀딩 신청일은 3월 31일(펀딩 시작일은 4월 2일)이지만 카광의 신상이 털린 것은 3월 30일이다. <90년생 김지훈> 펀딩 도중 신상이 털리자 물타기용으로 <1990, 백말띠의 해> 펀딩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목차'도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 신상털이를 당한 뒤 이를 물타기 위해 급하기 <1990, 백말띠의 해>를 준비하느라 목차를 <90년생 김지훈>만큼 공을 들일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 20:30 추가
카광의 '보고서' 만화에 수정사항이 있다.
처음 올라왔던 대사. 현재는 수정됐지만 각 커뮤니티에 퍼간 버전에 그대로 남아있다.
수정된 버전.
많은 남초 사이트에서 이 만화를 읽고 '카광의 큰그림'을 찬양하고 '페미의 이중성'을 비난하고 있다. 막상 자신들이 이 사건에 얽혀버린 '안티페미협회'에서는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티페미협회는 오늘 '상습적 일베 프레임에 분노하고 앞으로 대응하겠다'는 성명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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