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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정국’이 소환한 질문, ‘계급’과 ‘세습’
    단상 2019. 8. 29. 02:59

    ‘조국 정국’, 어딘가 다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점점 깊어지는 가운데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으로 칼을 빼들었다. 주요 언론은 관련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가히 ‘조국 정국’이라 부를 만 하다.

    그런데 이 조국 정국, 기존에 봤던 정치 논란과 사뭇 흐름이 다르다.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대학생들의 촛불은 ‘촛불을 들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 부딪힌다. 조국에게 의혹을 던지는 사람들도 그 의혹에서 자유롭지가 않다. 모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소환한 질문의 결이 새삼 다르기 때문이다.

    ‘계급’과 ‘세습’이라는 질문

    ‘조국 정국’이 한국 사회에 꺼내놓은, 급진적이고 파괴적이지만 줄곧 미뤄왔던 가장 본질적인 질문. 바로 계급세습이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실망과 비판은 처음에는 ‘공정’과 ‘정의’라는 키워드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국 정국’이 가속화되자 질문의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정체는 ‘계급’과 ‘세습’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의 대상은 조국 후보자 뿐만 아니라 ‘모두’다. ‘계급’과 ‘세습’이라는 질문 앞에서는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다. 질문을 던진 사람들조차 이를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계급과 세습에 대한 질문은 이미 소환됐다. 무를 수 없다.

    조국 정국이 계급과 세습에 대한 질문이 되어버리니까 여든 야든, 서울대든 고려대든, 진보든 보수든 “어? 이게 아닌데?”하면서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종북이니 친미·친일이니,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하던 기존의 프레임이 ‘계급’에 부딪혀 와장창 박살나고 있다. 프레임이 부서지면서 작금의 상황을 제대로 보질 못한다. 왜 수렁에 빠지는지 아직 자각을 못하는 모양이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던 기존 성공 ’신화’가 “그런데 이게 왜 제대로 작동을 안 하지?”라는 질문을 받던 상황이긴 했다. 계급과 세습이 소환된 배경이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수저계급론’으로 넌지시 언급되다가, 이제 조국 정국으로 ‘수저’와 ‘론’ 자를 떼고 ‘계급’이라고 쿵 박혀버렸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고 했던가. 각자가 던진 의혹으로 안개가 걷히고 서로가 어떤 ‘계급’에 서 있었는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 있는 곳’이 새삼 드러나면서 ‘어떻게’ 그 자리에 서있는지—‘세습’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갔다. 질문의 방향도 기존과 살짝 달라졌다. 그동안은 ‘돈’이 계급 세습의 수단으로 지목되다가 이제 ‘교육’이 지목됐다. 교육이 ‘세습’의 수단으로 지목되자 역시 기존 프레임이 힘을 잃었다. 조국 정국을 두고 SKY 대학생들의 ‘억울함’이 설득력을 잃어버린 이유다.

    정치, ‘계급’에 답하라

    조국 정국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아니 새삼스러운 질문을 새로운 형태로 던진다. 한국 사회는, 한국 정치는 ‘계급’과 ‘세습’ 앞에서 어떤 대답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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