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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기자간담회’, 언론의 수준을 묻는다.단상 2019. 9. 3. 16:22
그게 정말 ‘제일’ 궁금한가?
‘조국 기자간담회’(간담회)가 끝났다. 국회 청문회가 자유한국당 등의 훼방으로 무산되자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2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했던 간담회는 3일 새벽 2시 15분 경 끝났다. 무려 10시간 40여분 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진 기자는 100명이었다.
기자들은 사모펀드·옹동학원·가족 특혜에 집중했다. 특히 조 후보자의 딸에 대해 질문이 쏠렸다. 조선비즈 박현익 기자는 조 후보자 딸의 출생신고서까지 요구했다(뽐뿌 링크). ‘판’이 깔렸지만 기자들은 10시간 40분 동안 비슷한 질문만 던지면서 굴러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장관후보자에게 정책 비전이나 차별금지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법 개혁 등을 물어본 기자는 손에 꼽았다.
생중계된 언론의 실력 부족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자신들의 실력 부족만 생중계했다. 청문회를 지켜봤던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과연 조국 후보자만 보고 있었을까? 언론과 기자의 행적 역시 실시간으로 ‘검증‘의 대상이 됐다. 한밤중 조 후보자의 딸에게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취재했던 일요신문 최훈민 기자가 대표적이었다.
간담회가 실패했다면 가장 큰 책임은 후보자가 아니라 언론에게 있다. 물어볼 것은 묻지 않고 물어봤던 것을 재차 물어보는 한국 언론은 간담회에서 자신들의 수준을 드러냈다(간간히 빛을 보인 기자도 있었다고 굳이 언급한다). 간담회가 갑작스럽게 열렸고, 공간 문제로 ‘1언론 1기자’로 제한되는 등 여건이 여의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총 10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은 언론의 변명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일요신문 김명일 기자는 간담회 도중 페이스북으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에게 무엇을 물어봐야하는지 물어봤다(클리앙 링크). 이 질문도 결국 ‘딸’에 대한 질문이라 영양가는 없었지만,외부에서 질문을 끌어오는 순발력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만큼 기자들의 질문에 ‘맥’이 없었다. (김명일 기자는 3일 오전 자신을 비난한 전화·문자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페이스북)
‘계급’, 언론도 답하라
‘조국 정국’은 ‘계급’이라는 질문을 소환했다. 조 후보자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와 정치, 그리고 한국 사회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질문을 본의 아니게 소환한 언론 역시 ‘계급’이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언론과 기자 역시 기득권과 계급을 공고히 하는 ‘카르텔’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간담회에 들어간 대다수 언론과 대다수 기자들은 그 질문에 대답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10시간 40분 동안 증명했다.
(pixabay, CC0)덧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다뤄 화제가 된 차별금지법에 대해 질문을 던진 기자는 (내가 본 기준으로는)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1명 뿐이었다. 조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법 조항을 하나하나 법리적으로 다뤄봐야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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