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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급과 공정에 대한 대안 ―「시사IN」 제269호를 읽고
    단상 2019. 10. 4. 22:31

    「시사IN」 제269호 표지. (출처: 시사IN)

    '조국 정국'이 던진 본질적인 질문

    지난 9월 27일 나온 「시사IN」 제269호(이하 '시사인' 또는 '이번 주 시사인')이 화제가 됐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얼굴이 전면에 나오고 지면으로 13쪽에 달하는 인터뷰가 실렸다. 문재인·여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구매를 했다. 나는 지난 29일 홍대 영풍문고 시사주간지 매대에서 시사인이 사라진 광경을 목격한 바 있다. 이른바 '조국 정국'의 또다른 풍경이다.

    '조국 정국'에 대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등 일부 대학생들은 한국 사회에 "공정"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비슷한 때에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죽고 서울대 생협 노조의 파업 역시 같은 서울대 안에서 벌어졌다(파업은 13일만에 끝났다)는 점이 지적됐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지방캠' 학생이 '조국 반대 지도부'에 있다며 '서울캠' 학생들이 보이콧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공정"을 말하는 대학생들이 모순적인 행동을 보이자 그들의 '출신'도 화제에 올랐다. 소위 'SKY'에 재학중인 학생의 무려 46%가 소득분위 9~10분위, 즉 잘 사는 부잣집이라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인서울' 대학의 평균은 25%였다.

    이들이 던진 질문은 "공정"이라는 단어만으로 포섭할 수 없게 됐다.

    나는 조국 정국이 한국 사회에 '계급'이란 질문을 던졌다는 글 을 올린 바 있다. 시사인에서도 천관율 기자가 '울타리 게임'을 예시로 들며 비슷한 내용을 더 깊이있게 다뤘다.

    공정 논란은 사람마다 상대적으로 느낀다. 계급 때문이다. 잘 사는 계급에 속하면 비슷한 계급 안에서 벌어진 논란에 분노하지만, 상대적으로 못 사는 계급 안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은 보지 못한다. 심지어 같은 공간 안에서 사람이 죽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공정 논란은 계급으로 이어진다. 계급 논란은 어떻게 해야 계급을 해체할 수 있는지,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대안은 무엇일까?

    시사IN이 제기한 다양한 시각과 대안

    이번 주 시사인에서는 조 장관 인터뷰 말고도 좋은 기사가 유독 많았다. 이번 주 시사인을 다 읽고 나선 공통된 주제의식을 다룬 기사가 많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계급과 공정이다. 기사 목록과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 교육 '개편'하자고? 교육 '개혁'해야 해! (변진경)

    • 다이아몬드 수저와 금수저의 '계급전쟁' (변진경)

    • 2019년 대한민국 '고롱고사'는 어디인가 (김승섭 교수)

    • 서열화한 학벌 체제에서 공정한 노력은 없다 (해달, 학교의 속살)

    • 공정을 넘어 '공공'으로 (엄기호, 엄기호의 문서 탐독)

    • 지금 페미니즘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하미나, 불편할 준비)

    • 예술, 모든 이들을 위한 공공재 (심보선 교수, 시사 에세이)

    가히 '특집'이라 할 만하다. 이 기사들에서는 각각의 주제 ― 교육, 영유아·아동 사망률, 입시 학원, 도서관, 페미니즘, 예술 등에서 계급, 공정 그리고 '공공성'을 다뤘다.

    변진경 기자는 조국 정국이 처음 불러왔던 주제인 '교육'에서 접근했다. 변 기자는 수능과 학종 뒤에 숨어있는 교육 불평등 문제를 끄집어내 근본적인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등을 썼던 김승섭 교수는 아버지의 학력에 따라 1~4세 영유아 사망률이 2.5배나 차이가 난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목숨이 부당하게 계속해서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계급이 실제로 영유아·아동 사망률, 즉 죽음으로 이어진다.

    해달(학원 강사)은 기고문에서 이미 "서열화한 학벌 체제에서 공정한 노력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력이 결과를 담보한다는 것은 환상"이며, "애당초 노력은 공정한 적이 없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장 계급을 깨뜨리지 못한다면, 적어도 학생들이 계급이라도 인식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엄기호 문화연구자는 "배움의 통로가 가진 공공성이 문제"라며, 누구나 연구할 수 있는 배움의 환경이 열려있는 것이야말로 '공공성'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성의 핵심은 무차별성'이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 『도서관 여행하는 법』을 바탕으로 쓴 이 글은 도서관이 '독서실'이 아니라 배움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디자인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문' 같았다.

    하미나 페미당당 활동가는 기고문에서 '페미니즘 안에 존재하는 계급'을 지적했다. 페미니즘 안에서도 계급에 관한 문제 제기가 다른 이슈만큼 활발히 논의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 활동하는 단순히 돈과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페미니즘이 아니라, 공동체 안의 정의와 공정을 회복하기 위한 페미니즘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심보선 교수는 기고문에서 '예술이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예술이 일부 청소년의 '스펙'과 '자원'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심 교수는 청소년 시기에 예술이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하고 특정 연령의 특정 집단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치며: 공공성이라는 대안

    이상으로 이번 주 시사인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읽은 기사를 거칠게 요약해보았다. 각자의 다양한 시선에서 계급, 공정을 생각했다. 이들을 통해 이번 시사인은 "공공성"을 제시했다. 누구나 계급과 돈에 상관 없이 교육과 정보, 연구 등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계급이 무너지거나, 큰 장벽으로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공성"이다.

    TED에는 "50센트짜리 종이 현미경"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아주 저렴하고 튼튼한 종이 현미경을 개발한 마누 프라카시 교수의 이야기다.

    https://youtu.be/h8cF5QPPmWU

    말라리아 진단을 위해서는 현미경으로 헐액 샘플을 검사해야 한다. 말라리아에 노출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럴 돈이 없다. 많은 이들이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말라리아에 고통받고 죽는다. 프라카시 교수의 종이 현미경은 가난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혈액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가난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과학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구나 계급과 돈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 즉 공공성이다.

    이번 시사인을 읽으며 진보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것이야말로 조국 정국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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